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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호]미디어에 '소수의 필터'를 (가락 / 언니네트워크 편집팀 , bananabban@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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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라도 이미지를 갖고 놀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초등학생도 웬만한 이미지와 동영상 편집 툴을 꿰고 있을 정도니.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언니들도 소통해야 하는 법, 소수자들이 웃고 뒤집고 비틀 수 있는 대안영상을 만드는 데 에너지를 쏟아온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김연호 대표를 만나 지난 10년의 이야기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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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공(www.igong.org)은 여성과 소수자, 비주류의 시각으로 새로운 영상예술을 소개하는 문화운동 단체다. 1999년 전신인 비디오작가연대를 위한 준비 모임으로 출발, 2002년에 아이공으로 이름을 바꾸고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아이공은 인디비디오 아카이브(정기상영회), 매년 열리는 문화축제 ‘서울 뉴미디어 페스티벌’, 여성주의 미디어 작품을 소개하는 ‘페미니즘 비디오 액티비스트’ 등으로 다양한 국내외 작품을 대중에 소개하는 한편, 각종 워크숍과 세미나 등으로 미디어 운동까지 아우르고 있다. 2006년에는 ‘올해의 예술상(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 분야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소수자를 위한 새로운 영상언어 만들기
아직까지 극영화가 아닌 다른 장르, 특히 실험이나 대안영상에 대한 접근도가 낮은 것 같다. 가장 친숙해야 할 소수자들이 느끼는 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모든 이미지는 소통의 수단이다. 머리에 하얀 핀 달고 있으면 ‘상 당했나보다’ 양복 입으면 ‘회사원인가보다’ 생각하듯 미디어도 ‘소통을 위한 다양한 매개 중 하나’일 뿐이다. 소수자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관습과 문법을 뒤집는 사전작업이 필요하다. 낯선 앵글이나 영화언어는 낯익은 명제를 낯설게 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하면 된다.
예를 들어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을 성인의 키로 촬영하면 내려다보는(부감) 컷이 되는데 대상을 깔보는 것처럼 된다. 레즈비언 액티비스트이기도 한 바바라 해머의 작품을 보면 이렇게 획일화된 문법을 전부 뒤집는다. 극영화가 갖고 있는 이야기 구조 자체가 무의미해짐으로써 비로소 타자화돼 왔던 여성과 소수자의 이야길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말하는 대안영상(Alternative Film, Video, Media)이란 ‘여성주의, 소수자, 비주류의 관점으로 제작된 새로운 형식의 영상작품’을 말한다. 각자의 언어가 있는 만큼, 다양한 내용을 담기 위해 시, 웹아트, 실험영상 등 이름 붙이기도 힘든 수많은 형식이 있게 마련이다. 새로운 장르의 발굴과 보급에 관심이 많다. 아직은 여러모로 취약하지만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주력하는 활동에는 무엇이 있나. ‘페미니스트 비디오 액티비스트’에 대한 관심이 높던데. - 기존의 남성중심의 영상언어와 다른 토대 위에서라야 더 풍부한 여성의 영상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다양한 영상형식 실험과 담론을 위해 ‘페미니즘 비디오 액티비스트’를 2003년에 시작했다. 관객들도 국내 여성작가들의 작품과 담론에 대한 갈급했었는지 거의 전무했던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여성주의자들과 깊고 넓게 소통하면서 소중한 기억들과 에너지를 얻은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2년에 한 번씩, 2007년까지 3회째 정기기획전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페미니즘 비디오 액티비스트를 통한 의미있는 발견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 추상/실험 다큐멘터리의 거장인 바바라 해머, 여성주의 탈식민주의 영화 거장인 트린 T. 민하, 여성주의 비디오 퍼포먼스의 거장인 조안 조너스 등의 작품을 한국 관객에게 소개했다. 여성 언어의 다양한 가능성을 자각한 친구들과 함께 여성 작가를 발굴하고, 기록하고, 의미를 부여하려 했다. 여성주의로부터 다양하고 풍부한 형식과 상상력이 발휘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엘렌 식수가 <메두사의 웃음>에서 “여성은 여성의 글쓰기를 하면 되고, 남성은 남성의 글쓰기를 하면 된다. 남성은 여성의 글쓰기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에게 영화/영상 글쓰기가 용인된 기간은 30년에 불과하다. 기존 영상/영화 언어에서 깨어나는 작업 역시 우리들 몫이라는 얘기다.
자체 수익구조 만드는 것이 급선무
10년간 이어오느라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돈 되지 않는 일들뿐인데, 운영자금은 어떻게 충당해왔는지 궁금하다. - 다들 그게 궁금한가보다(웃음). 10년이 매해마다 다르다.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었던 건 사실이다. 단체 형식을 가지고 활동하려면 자본이 필요한데 수익 구조가 마땅치 않으니. 아르바이트와 원고료 등으로 활동자금을 충당하다가 외부 영상제작을 시작했다. 모 아이돌 그룹(?) 팬클럽 영상제작도 했고(웃음), 뮤지컬 <칼라쇼> 배경 영상, 2004년 서울프린지페스티벌 홍보영상, 문화미래 이프의 안티페스티벌 영상제작 등을 했다. 영상작업은 단기간에 해내기 때문에 2주 내내 밤을 새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렇게 과부하가 걸리면 정작 기획이나 연구 활동에 쓸 에너지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하나 만들어오면서 깨달은 것도 많고 그간 잘 버텼다는 생각에 스스로 대견하다. 앞으로도 잘 해 봐야지.
작년에 개관한 아이공 미디어극장의 운영비가 만만찮을 것 같다. 회원제도도 있는데, 후원은 어느 정도 되는지? - 지금은 외부기획과 후원펀드에 에너지를 쏟고 있다. 영상제작 일을 줄이면서 등 외부 기획전이나 행사를 기획하거나 진행하는 활동으로 넓혀갔다. 대기업 펀드를 받지 않는 만큼 자체 수익구조를 만들어야 하기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극장을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과 회원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네티즌 회원이 9백여 명인데 후원 회원은 아직 많지 않다. 극장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만 한다(웃음). 작년에 극장 개관 후에 혼자 앉아 있는데, 지난 10년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더라. 이 공간을 어떻게 채워나가느냐가 최대의 관심사다. 극장과 맥을 같이 하는 단체나 행사에는 무료 대관도 할 예정이니, 자주 찾아 달라.
여성주의 미디어의 한계와 과제들
외국 작품을 소개하는 경우도 꽤 있던데 정보는 주로 어디서 얻나? 아직은 이슈로 삼을 만한 거리도 드물고. - 자주 오해를 받기는 하지만, 나는 순수 국내파다(웃음). 주류가 아닌 분야인 만큼 흐름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다행히 정보력으로는 한국이 가장 낫다. 쉽게는 인터넷을 통해 그리고 전시나 영화제에 방문해 관련자들에게 정보를 얻는 등 여러 경로를 거친다. 이번에 ‘아시아 뉴미디어 실크로드전’을 준비하면서 대만, 홍콩, 일본 등 2~30단체를 돌아봤는데 아이공이 가장 진보적이고 활발하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단체가 드물고 대안영상이나 미디어에 할애되는 지면도 드물어 확장력이 작고 그만큼 관객 수도 적다. 관객의 95프로가 여성으로 거의 여성단체 활동가나 영상 연구자들이다. 티켓 판매 수입이 비용의 10퍼센트도 안 된다. 까놓고 말해 관객수만 보면 할 수 없는 행사가 대부분이다. 티켓 수익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여성주의 영상의 완성도나 여러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여성들이 영상작업에 뛰어든 시간이 10년도 안되었기 때문에 전업 여성작가가 드물다. 가장 아쉬운 것은 남성의 영상코드를 빌려 내용만 여성으로 바꿔 제작하는 경우다. 인권감수성이나 젠더감수성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고, 소통의 폭이 좁아지기 때문에 ‘작가’로 불리고 싶지 여성주의에 갇히고 싶지 않다고도 한다. 여성주의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확장해야 다양한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각이 생기는 것 아닌가. 젠더감수성에 대해 공부하지 않고서 소수성을 좁은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소수의 관점과 영상이라는 두 가지를 놓치지 않아야 하는 작업인 것 같다. - 영화 역사가 100년인데 실험영상을 만들었던 남성의 역사도 100년이나 된다. 여성의 영상역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흐름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실험영화 역사 이래 남성 감독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았지만, 대표적인 여성 감독은 제르멘 뒤략과 마야 데렌 두 명에 불과하다. 역사적으로 성공했던 영화형식이 지금의 시스템이기 때문에 남성들의 실험영상을 살펴보고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교류하고 보다 넓은 관점으로 옮겨가는 것이 필요하다. 현장에서도 여남 작가가 함께 작업하면서 배우는 지점들이 많다. 우리가 상영작을 굳이 여성작가의 작품으로 한정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익성을 비롯해 여성주의 미디어작품 배급에서 다른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 우선 우리가 주목하고 있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언어에 대다수의 여성 관객이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다. ‘여성의 글쓰기’를 실험했던 엘렌 식수의 글을 재미있고, 수월하게 읽은 여성이 드문 것과 마찬가지. 그러나 일단 관객의 다양한 태도와 시선을 요구하는 여성주의 작품을 해독을 익힌 사람은 무척 재미있어 한다. 우선은 고정관념과 기존의 영화 보는 방식을 버리고 즐겨보라고 말하고 싶다. 배급의 측면에서는 수요가 많지 않다는 점도 있다. 독립영화 배급망을 만드는 데 10년이 걸린 것처럼 우리의 배급망을 만드는 데도 시간과 열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무료로 작품을 배급하는 경우는 수익을 작가와 나누지 못하고 있는데 배급망을 넓히고, 안전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급선무다. 여성 단체들과 이 지점을 함께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김연호 대표는 2004년에는 빚을 갚을 길이 막막해 활동을 잠깐 접기도 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렇지만 지금껏 해온 일들이 억울해서라도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었다고. 학부에서 국문학을, 대학원에서 미디어예술론을 공부한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강사로 실험영화를 가르치고 있다. 실험영화사와 소수자영상 역사가 맞닿는 부분이 많아서 흥미롭단다.
여성 그리고 소수의 시선으로 실험 미디어를 바라보는 노력이 더 많은 호응으로 힘을 얻길 바란다. 소수자의 시선을 매개로 대안영상이라는 척박한 분야를 일구어 온 김연호 대표를 비롯, 5명의 상근자들과 이름 없는 자원봉사자들은 8월 중 열리는 ‘서울 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 언니들을 맞을 준비에 여념이 없다. 눈을 크게 뜨고 놀 거리를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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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M장르”가 뭔가요? (www.nemaf.net)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서울 뉴미디어 페스티벌이 8월 16일부터 24일까지 미디어극장 아이공과 쌈지스페이스 등 홍대 앞 문화공간에서 펼쳐진다. ‘유일무이한 탈경계 문화축제’를 표방하는 만큼, 영상의 경계를 벗어난 여러 형태의 미디어와 노는 방법을 보여준다. ‘M장르초청전’은 소수성을 고유의 언어로 표현한 영상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 MediaㆍMinorityㆍMemory에서 유래한 ‘M장르'는 미디어로 소수자를 기억하자는 취지로 눈길을 끈다. 10명의 국내작가들을 초청해 비디오아트와 실험영화를 함께 상영하는 구애작가전, 친구열전과 아시아뉴미디어실크로드전, 전세계초청전을 통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각국의 대안영상을 만날 수 있다. 18일부터 매일 저녁 8시 30분 홍대입구역 앞 전파광장에서 야외상영(입장료 없음)도 준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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