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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감독 샹탈 아커만 회고전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www.cinematheque.seoul.kr)는 2006년 첫 작가전으로, 오는 14일(화)까지 샹탈 아커만(CHANTAL AKERMAN) 회고전을 개최하고 있다.

망명자, 주변자의 시각 카메라에 담아

샹탈 아커만은 실험적인 영상으로 정체성과 경계, 타자에 대해 탐구해 온 페미니스트 감독으로 유명하다. 가부장제 문화에서 여성의 경험은 정착하지 못하는 ‘망명자’의 그것과 같다(Rich:1998)는 한 페미니스트 영화학자의 표현은 남성적 시각에 동일시할 수만은 없는 여성의 위치를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샹탈 아커만은 바로 이런 ‘망명자’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을 카메라에 담아 온 감독이다.

<영화의 유목민>이라는 회고전의 제목처럼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유대계 출신으로서 겪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경계를 넘나들며 방황하는 타자들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으며 여성의 섹슈얼리티, 가사노동, 여성과 여성 또는 여성과 남성의 관계, 정착하지 못하는 자의 정체성 문제 등 특히 여성의 실존과 정체성에 다루는 영화를 만들어 왔다.

1950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폴란드 홀로코스트 생존자 가족의 딸로 태어난 샹탈 아커만은 15살에 장 뤽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를 보며 영화 만들기가 실험적이고 개인적인 작업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브뤼셀의 인사스(INSAS) 영화학교에 입학했지만, ‘앉아서 듣는 수업’에 흥미를 잃고 2년 만에 학교를 떠났고, 이후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데뷔작 <우리 마을을 날려버려>(1968)를 제작했다. 이 작품은 혁신성으로 영화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고, 이후 유럽과 뉴욕을 중심으로 활발한 영화작업을 해왔다.

아커만은 1970년대 당시 다양한 대안영화, 실험영화운동을 고민하던 많은 페미니스트들, 실험영화인들과 교류하면서 “주변자의 입장에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키워가게 된다.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실험


“재현된 것은 이미 남성들의 것이며 가부장제를 강화하는 것일 뿐이라면, 여성들은 어떻게 말을 할 수 있는가?” 많은 여성감독들이 했을 이 질문에 아커만은 그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답해 온 감독일 것이다. 그는 여성주인공과 ‘긍정적인’ 여성들이 등장하는 영화를 넘어서 ‘남성적 시각’을 근본적으로 전복시키는 영화에 대해 고민하며, 가부장적 문화에 균열을 가하는 작업을 시도해왔다. 따라서 기존의 ‘자연스럽다’고 여겨져 온 남성중심적 영화형식을 해체하고 여성의 경험을 담아내는 새로운 스타일을 고민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만약 당신이 여성의 몸짓들을 그토록 섬세하게 보여주기를 원한다면, 당신이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들에서, 당신은 그러한 몸짓들이 부정되고 무시되어온 것을 발견한다. 그녀들이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그녀들만의 리듬, 사물을 바라보는 그녀들만의 방식을 표현할 형식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샹탈 아커만, 1977)

저널 <카메라 옵스큐라>에 실린 두번째 장편 <쟌느 딜망>(1976)에 대한 아커만의 설명이다. 아커만은 “그녀들이 바라보는 것들을 그녀들만의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했다며, 페미니즘 영화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뿐 아니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그의 작업은 영화문법 자체가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에 남성중심의 시선을 전제한 현재의 재현양식과 기법들로는 가부장제에 전면적으로 대항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

샹탈 아커만은 극영화뿐 아니라 다큐멘터리, 설치미술까지 매체영역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하고, 관습을 깨는 구성과 창조적인 소리 사용 등 다양한 실험을 지속해 왔다. 이번 회고전에서는 아커만의 초창기 유명작들부터 2004년 작까지 총 12편의 영화가 상영되는데, 감독이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그녀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여성주의 영화의 다양한 실험적 궤적을 살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나, 너, 그, 그녀>, <잔느 딜망>외 12편상영

아커만의 첫번째 장편영화인 <나, 너, 그, 그녀>(1974)는 24세에 완성한 작품으로, 이후 아커만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는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자기정체성 찾기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자아의 시간>, <타자의 시간>, <관계의 시간>이라는 3파트로 나누어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탐구해 나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감독이 직접 연기하면서 보여준다.

1976년 작인 <잔느 딜망>은 아커만을 페미니스트 감독의 자리에 올려놓은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많은 페미니스트 영화인들에게 찬사를 받았다. 이 영화는 1970년대 당시 페미니스트들이 꿈꿨던 “여성주의 대안영화를 실제로 어떻게 영화로 만들 것인가”라는 과제를 현실화해 보이는 작업의 하나였을 것이다. 벨기에 중년여성의 반복적 일상을 다루고 있는 <잔느 딜망>은 제한된 공간에서 주부의 일상을 긴 호흡으로 따라가며 여성의 공간과 시간을 절묘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쟌느의 감자껍질 벗기기, 설거지, 커피 타기 등을 ‘실제 시간’(real time)으로 보여주면서 여성의 경험과 일상, 관계, 침묵의 그림을 그려낸다. <잔느 딜망>은 가사와 광기, 성매매와 이성애주의, 서정시와 드라마틱한 폭력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드러낸 작품 (Rich:1998)이다. 페미니스트 감독 샹탈 애커만의 궤적을 보고 싶은 이라면 <잔느 딜망>과 <나, 너, 그, 그녀> 두 작품을 놓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샬롯과 카트린 모녀, 그리고 이사를 가기 위해 내 놓은 집에 들락거리는 손님들이 만들어 내는 에피소드로 가부장 제도를 벗어난 대안적 가정을 명랑한 분위기로 상상하는 2004년 작 <이사소동>는 서울여성영화제에서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던 근작이다. 그 외에도 경계와 정체성에 대한 관심을 담은 <동쪽>(1993), 최근 개봉된 바 있는 <갇힌 여인>(2000), <안나의 랑데부>(1978), <폭풍의 밤>(1982), 등이 상영된다.

또한 10일(금) <우리 마을을 날려버려> DVD 상영 후에는 “샹탈 아커만의 영화세계”라는 제목의 대담이 마련된다. 샹탈 아커만의 영화를 좀 더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이 자리에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이자 영화평론가인 김성욱씨와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 대표 김연호씨가 참여한다.

문의: 서울아트시네마(02-743-6003, 02-741-9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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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저널 일다 김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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