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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응시하는 카메라

아이공 ‘영상시의 거장:빌 비올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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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울음…유년시절…마지막 숨…
선불교 등 종교명상에 뿌리두고
초현실의식 흐름 따라 영상표현
1970~80년대 초기작 8편 전시

 

죽음이란 무엇일까. 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영상시인’이라 불리는 비디오 작가 빌 비올라(59)는 인간의 존재, 즉 삶과 죽음을 탐구하는 작가다. 삶의 끝이 죽음이거니 그의 주제는 곧 죽음이다.

여섯 살 때 여름휴가를 갔다가 호수 바닥까지 가라앉아 죽을 뻔했던 기억이 출발점이다. 그 기억은 물이라는 소재로 작업을 하게 만들었고 1990년 어머니의 임종을 지켜보면서 빛을 추가하게 된다. 작가는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영혼이 떠나가는 순간을 목격했다”고 말한 바 있다. 1991년 작품 <더 패싱>은 ‘죽음에 대한 연구’ 완결판이라 할 수 있다.

<더 패싱>, 즉 ‘세상 떠남’은 죽음을 앞둔 침대 위 여성과 그의 마지막 숨소리를 씨줄로, 전전반측 콧수염 남성의 꿈과 기억을 날줄로 직조됐다. 죽어가는 어머니를 둔 작가의 생각과 의식의 변화를 자동기술 하듯이 편집했다.

풀벌레 우는 밤하늘은 오로라를 매개로 물속으로 넘어간다. 물에 빠졌던 것은 죽음이었고 탯속 양수의 추체험이었다. 기차가 어둔 터널을 지나 빛으로 나오듯, 아이는 어머니의 질을 통과해 첫울음을 울었다. 케이크의 촛불을 밝히기 위해 칙~ 켰던 성냥불의 기억. 높다란 나무 위에서 떨어질까 조마조마했던 일. 삶은 꿈일까, 단순한 기억일까. 몸에서 떨어져 나간 그림자가 홀로 죽음의 계곡을 거닌다. 익사 체험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콧수염의 ‘나’는 잠에서 깨어난다. 자리끼를 마시고 다시 잠을 청하면 어머니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벌어진 입, 푹 꺼진 눈. 밤하늘에 비행기가, 땅에는 자동차 불빛이 혼불처럼 허공을 가른다. 땅을 가르고 솟은 나무나 사막 위에 세워진 도시는 골판지로 잘라 만든 일회용. 덧없이 무너진 건물의 어두운 문을 통과하면 사진들이 즐비한 방이 나온다. 그래, 삶은 자취이고 흔적이고 기억일 뿐이다. 아니면 꽃병, 찻잔, 소금병, 스탠드를 차려놓은 식탁일 것이다. 죽음은 그것이 기울어 쓰러지는 것이 아닐까.

 

 

 

 

 

 

 

 

 

 




이미지와 자연음만으로 된 54분짜리 영상 역시 금세 지나간다. 작가가 비워둔 행간에는 관람객의 체험과 기억이 투사되면서 작품이 완성된다. 누가 죽음이 어떠하다고 말하겠는가. 다만 그것에 관한 것이고, 그것을 두고 나누는 대화가 아니겠는가.

인도의 영적 노래인 <리그베다>에서 제목을 따온 1986년 작 <내가 누군지 나도 몰라>(89분)는 ‘나’란 존재에 대한 탐구다. 동굴을 통해 들어간 세상. 들소의 주검이 썩어가는 들판이 나오고, 눈과 부리가 부리부리한 들닭, 앵무새, 올빼미가 보인다. 새의 눈에 비친 ‘나’는 비디오카메라맨. 비디오 속의 새 화면을 확대하면 새와 새를 찍은 비디오의 구별이 사라진다. 하물며 내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아?

서울 대안영상문화발전소 아이공에 가면 빌 비올라의 1970~80년대 초기작을 만날 수 있다. <더 패싱> <내가 누군지 나도 몰라> 외에 <빛과 열의 초상> 등 8편의 장·단편들이다. 선불교, 수피교, 그리스도 신비주의 등에 뿌리를 둔 명상적인 작품들이다. 21일까지. 3천~5천원. www.igong.org, (02) 337-2870.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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